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직지사 주지 법보스님 봉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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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직지사 작성일20-06-01 13:53 조회1,819회 댓글0건본문
봉 축 사
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해 봉축법요식은 코로나19 예방의 일환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예년에 비해 단출하게 봉행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봉축법요식은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국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한 달간의 기도를 회향하는 자리여서 더욱 의의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현우경>>에는 빈자일등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여인 난타는 거리에 나갔다가 부처님이 오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난타는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구걸을 해서 얻은 돈으로 초라한 등불을 밝혔습니다. 밤중이 되자 등불이 하나씩 꺼져갔습니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초라하게 밝힌 난타의 등불은 오히려 밝게 빛났습니다. 이를 본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어찌하여 이 등불은 꺼지지 않는 것입니까?"
"아난다야, 그 등불은 가난한 여인이 깨끗한 마음으로 밝힌 등불이다. 그래서 저렇게 오래도록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언제 들어도 감동을 주는 빈자일등의 일화는 부처님오신날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부처님이 이 사바세계에 나투신 뜻은 중생에게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물질적으로 더 많이 소유하고, 사회적으로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야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할 때나 더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할 때 고통이 커진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우리 불자들은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이, 독차지하는 것보다는 나누는 것이, 오만함보다는 겸손함이, 소란스러움보다는 조용함이 더 행복한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호사스러운 왕궁에서 빠져나와 수행자의 길을 택하셨고, 고행 끝에 크나큰 깨달음을 얻으셨으며, 그 깨달음을 중생에게 전하기 위해서 열반 직전까지 맨발로 사막을 걸으시면서 전도하셨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한 물질주의의 폐해가 무엇인지 실감하였을 것입니다. 초목들이 모여 숲을 이루는 것에서 상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년 고목들이 우거진 숲도 산불이 번지면 일시에 전소되고 맙니다.
오늘 법요식에 참석하신 사부대중 여러분은 공업중생인 까닭에 선업의 선과도, 악업의 악과도 함께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셔야 할 것입니다. 빈자일등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참다운 행복은 물질적 퐁요에서 비록되는 것이 아니고 신실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깨끗한 마음으로 밝힌 난타의 등불이었기에 오래도록 어둠을 밝힐 수 있었듯이 국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코로나19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갖는다면 코로나 국난은 극복될 것입니다.
지금 황악산은 짙어가는 녹음 속에서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고,
직지사는 사부대중 여러분이 밝힌 연등으로 인해 화엄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밝힌 청정한 서원의 등불로 인해 코로나19 국난이 극복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4년 5월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 주지 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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