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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7-04-19 18:42 조회1,9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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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산사(山寺)에서,,,                                   김종목 개울물 소리도 멎은 밤, 눈 오는 소리는 산란(山蘭) 피는 소리보다 곱다. 이따금 순백(純白)의 선율로 내리는 눈이 법당 앞 댓돌위로 소복소복 쌓이고, 스산히 씻기는 바람소리는 귀를 더욱 맑게 한다. 극락전을 돌아 동백 터지는 소리가 맑게 들리고 심중에 구겨 넣은 번뇌가 저절로 터져 한 장의 백지로 흘러내린다. 가벼워진 마음에도 눈이 내린다. 그지없이 평온한 반야(般若)경이 빛나고 가슴 속 하나의 길이 뚫리는 지금 내가 가 닿아야 할 견성의 불꽃은 손가락 끝마다 숯불처럼 뜨겁다. 오욕(五慾)이 후둑후둑 떨어져 간 저 산 아래로 내가 버린 발자국 소리가 하얗게 빛나고, 깊이 잠 든 중생의 꿈이 서역(西域)을 돌아 저마다 부처님의 얼굴로 내려온다. 곱게 단 동정끝에 떠오르는 미소는 마음 속을 스쳐 어디로 가는가. 놋주전자에서 밤새 설설 끓는 솔잎차는 그대로 공양으로 올라가고, 이따금 떨어지는 적막은 정일품(正一品)이다. 뜰 아래로 내려와 한 모금 축이는 입술에 스르르 감전(感電)되는 오도(悟道) 아~ 이 순간, 마음에 남은 한 장의 백지마저 날아가버리고 빈 공간으로 차 오르는 법열(法悅)의 눈만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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